기사 및 칼럼

[공화국을 묻다-하승수]“우리의 삶, 우리가 결정해야 민주공화국”

정리|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ㆍ“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살고 있나요? 주어진 대로 살고 있나요?”
ㆍ “자본이 다스리는 과두정을 시민이 지배하는 민주공화국으로”

하승수 변호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승수 변호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기획 특별취재팀은 지난 7~9월 지식인 40여명과 기획 자문을 겸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도움 주신 분들의 양해를 얻어 전문을 싣습니다. 게재 전 보완 과정을 거쳤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변호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물음에 “우리의 삶과 일상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한민국은 자본의 눈치를 보는 나라가 됐다고 진단했다. 물과 공기, 먹거리, 에너지 문제마저도 자본권력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선 시민들이 작은 생활단위에서부터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주제를 던져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두정이라고 봐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사회죠. 근본적으로 보면, 재벌, 기득권 정치세력, 행정·사법관료, 기득권 언론들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처럼 원시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통치를 하는 권력이 일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기도 하구요. 어떤 나라가 민주공화국인가를 분석해 볼 수 있는 여러 틀이 있는데, 먼저 ‘누가 지배하는가’의 관점이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은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해서 공동체의 문제를 결정하는 것인데 지금 과연 누가 결정하고 누가 지배하고 있죠?

정치시스템 말고 일상 생활에서 한번 생각해보죠. 물이나 공기 등 우리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실제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지, 우리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생활 속에서 우리는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주어진대로 먹고 살고 있는지요. ‘소비자주권’이라는 말도 하지만 결국 자본의 논리때문에 노동자도 소비자도 다 대상화 될뿐 소외되고 있습니다.

제헌헌법이 실린 대한민국 30년(1948년) 9월 1일자 관보

제헌헌법이 실린 대한민국 30년(1948년) 9월 1일자 관보

역사적으로 접근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해방 이전 임시정부에서 꿈꾼 대한민국의 모습이 있죠. 가장 잘 나와있는 것은 1948년 제헌헌법입니다.

제헌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자유, 평등과 창의를 존중하고 보장하며, 공공복리의 향상을 위해 이를 보호하고 조정하는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습니다.

제1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제87조는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고 했어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강조했던 헌법이었던 거죠. 그런 정신만 잘 실현됐어도 지금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헌헌법은 이승만 쪽을 빼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대체로 합의했던 공화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꿈꿨던 공화국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고 변질됐습니까?

알권리의 실태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지금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 3.0’을 한다는데 ‘정보 1.0’도 안되고 있어요. 시민들이 정보를 찾으려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렵습니까.”


-임시정부에서까지 민주공화국을 꿈꿨는데 지금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저해요인을 꼽아본다면요.

“행정부나 사법부가 예전에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국가권력이 자본의 영향에 좌지우지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자본의 영향을 받는 게 심해졌어요. 새만금 토건사업 문제도 토건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정책이 엉망이 된 거에요. 4대강도 마찬가지죠. 국가 의사결정이 자본에 의해서 좌우된 겁니다. 원전문제라든지 이명박 정부 때 대량허가가 난 석탄화력발전소 등등…자본의 이익에 맞춰 에너지와 먹거리 문제까지 결정됩니다. 유통 마켓도 대형 재벌회사가 장악하고 있죠. 우리의 일상, 먹는 것과 전기, 마시는 물까지도 이제는 자본아래 다 넘어가 버리는 현상이 점점 심해졌어요.

언론의 경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15년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 자본과 언론의 힘이 커진 것이 민주공화국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자본의 힘이 가장 강하고 자본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인데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권자와의 거리도 멀잖아요. 거대정당들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굴러가니까 견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거죠.

‘민주주의 지수 평가’라는 게 있는데 잘되는 나라는 대체로 다당제 정치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선거제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다당제 시스템을 하면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상하게 왜곡된 논리가 퍼져있어요. 미국이나 한국처럼 거대정당의 양당제로 굴러가는 나라가 더 불안하죠. 그러나 헌법학자, 정치학자들도 출처불명의 논리를 들고 나와 양당 시스템을 정당화시키는 이데올로그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기획에서 잘못 알고 있는 민주주의상식. 왜곡된 점들도 짚어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월 25일 경북 고령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위로 물고기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 | 이상훈기자

지난 8월 25일 경북 고령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위로 물고기 한 마리가 떠다니고 있다. | 이상훈기자


-최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 등이 공화국과 공화주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공화주의 얘기를 하는 것은 좋은데, ‘공화국’ 앞에는 반드시 민주라는 말이 붙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사실상 민주국가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정 상태인데, 자칫 ‘공화주의’만 강조하면 ‘소수 엘리트가 사회 공공선을 실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이 공동체의 이익이고 가치인지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15년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한·미FTA죠. 우리 주권이 양도되는 조약인데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만들어졌어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큰 문제에요. FTA는 한번 체결되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지만 체결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국정원 대선불법개입사건도 그렇습니다. 국가권력이라는 것이 최소한 지켜야 할 기준이나 원칙이 있는데 무너졌어요. 정보기관을 포함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의 최소한의 중립성이 무너진 사건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라도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의민주주의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세계 최악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2월에 독일식에 가까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전면개편하자는 제안을 냈습니다. 보수적인 공무원들이 보기에도 한국의 선거제도는 엉망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민주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선거제도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단계에선 직접민주주의의 경험과 무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시민들이 작은 생활단위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결정에 참여하는 경험, 시민들 스스로 공동체의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거죠. 누가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요. 지자체에서 참여예산제도 등 여러가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런 변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월 11일 20대 총선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 정지윤기자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월 11일 20대 총선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율동을 펼치고 있다. | 정지윤기자

개헌 얘기할 때 자꾸 권력구조만 말하는데 이제는 지금 하고 있는 대통령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분도 있지만, 4년 중임제란 8년 독재를 할 수 있는 것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 4년 중임제를 하고 있지만, 큰 탈 없이 하고 있는 것은 그 제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국회 권한이 우리보다 세고 연방제를 하면서 주정부 권한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대통령이 나라를 완전히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독재까지는 못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좀 달라요. 굉장히 위험합니다.


개헌에 대해 자꾸 중앙에서 힘있는 사람들끼리 권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만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다른 논의를 해봐야 해요. 우리나라는 국민발안 제도가 없고, 국민투표도 대통령만 발의할 수 있도록 돼있다잖아요.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국민투표제를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전 문제나 통상정책 문제도, 안전에 관한 문제도 국민들이 참여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배제돼있습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는데 우리나라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0120838001&code=940401#csidx14cbf71e97dd7c184d588746ebcd59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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