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및 칼럼

      
대선은 가장 큰 정치 축제다. 기회이자 도약의 장이다.

2017년 대선이 한국 정치 발전의 계기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 유력 대선 주자와 정당은 무엇을 '시대정신'으로 내걸고 경쟁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분권형 개헌을 이야기한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합의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분권형 개헌은 얼마만큼의 힘을 가질 수 있을까. <프레시안>이 만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모두 부정적이었다.

오히려 자칫하면 지역 맹주 간 권력 나눠 먹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 의견이었다. 이들은 분권형 개헌보다는 비례 대표제 확대를 통해 정당 정치를 바로 세울 것을 우선해서 주문했다. '합의제 민주주의'야 말로 작금의 시대정신이란 지적이다.

남재희 전 장관은 대담 내내 "최근의 개헌 논의가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개헌 얘기에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소 대선판이 짜인다는 얘기다. 남 전 장관은 그러면서 김종필 전 총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추석 후에 하기로 한 '냉면 회동'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동에서 김 전 총리는 안 전 대표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게 될까.

대담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2회에 걸쳐 대담 내용을 게재한다.

남재희 "개헌 불필요"…최태욱 "선거 제도 개혁이 먼저"

프레시안 : 정치권에서 개헌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의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개헌을 해야 정치 제도를 바꿀 수 있고, 또 선거 제도도 바뀌는데 (차기 주요 대선 주자 가운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이에 반대하는 것 같다고 우려하더라. 개헌 '우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개헌과 함께 다음 대선을 치러야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남재희 : 정치 발전을 위한 개헌은 불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얼마 전(7월 6일) 국회에 가서 초선 의원을 상대로 강연을 했을 때도 그렇게 말했다. 한 열흘 끙끙 고생해 몇 개 내용을 추려 한 연설이었다. 그때도 나는 결선 투표제를 헌법에 넣는 정도가 아니면 다른 것들은 다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대치 상황에, 정당 정치의 정통도 얼마 되지 않은 나라에서 갑작스레 내각제가 도입되면 큰일 난다. 이원 집정부제를 하면 밤낮 대통령과 총리가 싸움만 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맞추자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꼭 필요한 게 아니다. 선거 따로 한다고 뭐가 문제인가. 그것도 하나의 정치 축제이고 청소 기간이다. (☞ 관련 기사 : 남재희 "개헌은 멍청한 짓, 비례 대표 늘려라")

프레시안 :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 만약 개헌이 아니라면 '책임 안 지는 대통령'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고 책임성을 부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남재희 : 대통령 권한이 현재 지나치다고 보지 않는다. 분단 국가의 긴장 상태에서 대통령에게 그만한 권한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제도가 아니라 제도의 운용에서 생기는 문제다. 더욱이 지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협력하면 대통령의 독주는 충분히 견제된다. 국민의당이 중도를 표방한 터라 아직 어떤 노선을 걸을지 모르겠지만. 또 여당 내 민주주의가 바로 서는 것도 중요하다.

최태욱 : 대통령 권한 '견제' 차원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회고적 투표'의 힘이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구속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는 쪽은 여당, 즉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고 하더라도 한국처럼 대통령이 이렇게 제 멋대로 하는 경우는 없다. 한국을 보면 대통령만 되고 나면 자신이 속한 정당하고도 싸우질 않나. 심지어 '여의도 정치가 문제다'는 식으로 군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 개인이 아니라 어떤 정당의 대표로서 출마한 후 선출된 것이다. 대선에서 정당들이 경쟁을 한 결과로 대통령이 뽑힌다. 따라서 그 대통령이 잘못했다면, 설령 대통령 중심제라고 하더라도 '잘못한 네가 속한 정당에 책임이 간다'는 회고적 투표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들은 정당을 불문하고 임기 말이 되면 청와대와 여당을 분리하는 '당-청 분리'를 외쳤다. 대통령이 '나는 더 이상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왜 이럴까. 한마디로 말하면 '족보 없는 정당 체제' 때문이다. 한국 정당들은 족보가 없다. 새누리당을 보면 이전에는 한나라당, 그 전엔 신한국당이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당이 바뀌었다. 민주당 계열은 더 심하다. 다 기억도 못할 정도로 당명이 자주 바뀌었다. 이름만 그런 게 아니라 각 정당의 이념이 무엇인지,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한국의 사회 경제 집단 중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러니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에서부터 구속을 안 받아도 되는 것이다.

유럽 같은 경우를 보자. 노동당 출신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게 된다. 자본가도 국민인 만큼 대화와 타협을 하며 적절한 선에서 상생·공생할 수 있는 정치를 하겠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제 정당인 노동당과 노동당이 대표하려는 사회 경제 주체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함이다. 합의 정치를 하더라도 그 중심축은 노동당 정책에 있는 것이다. 만약 이를 잘 하지 못하면 이 당은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지게 된다. 정당원들이 그런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통령이 잘 못하면 집권당이 협조를 안 해주게 되고, 이것이 대통령을 구속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대통령 견제의 시작은 정당 정치를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요즘 '협치(협력 통치)'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협치의 주체도 다름 아닌 정당이다. 의원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가 협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각 정당이 여러 경제 집단을 대표하며, 즉 역할 분담을 잘하며 동시에 어느 한 정당의 독주 독선을 막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당이 제대로 서야 협치가 된다. 그런데 우리 정당은 아직 인물 정당, 지역 정당이다. 누가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 구조만 분권형으로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식의 개헌은 노동-자본 협력이나 중소-대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협치가 아니라 기껏해야 김가(家)와 최가의 합의이고 영남-호남의 합의이자 지역 독과점 주인들의 합의로 이어지는 권력 나눠먹기형 협치에 불과할 것이다. 선거 제도 개혁 없는 분권형 개헌은 권력 나누기 합의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남재희 : 그렇다. 선거 제도 개혁을 통한 비례 대표제 확대가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더 중요하다. 지금 (정치에서) 소외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가. 그간 정치권에 10% 정도는 진보 세력을 대변했는데,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최소 5% 정도는 정치적으로 배제됐다. 그리고 선거 제도 개혁은 개헌과 상관이 없다. 이미 중앙선관위원회에서 지난 총선 전에 비례 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라는 제안을 하지 않았나. 그것을 국회가 소화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을 넘겨서라도 비례 대표를 늘려야 한다.

최태욱 : 개헌 '우선론자'들의 논리는 개헌을 통해 정치적 가능성의 공간을 넓히자는 것이다. 권한이 집중된 '제왕(대통령)'을 제거하면 그 공간에서 정당 정치가 이전보다 더 활성화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각 사회·경제 주체들의 정치 세력화가 좀 더 진전되면 자기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 대표제 확대를 주장하게 될 거라는 논리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역사가 없다. 이게 말이 되려면 의원 내각제를 유지했던 나라들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비례 대표를 바탕에 둔 다당제가 도입됐어야 한다. 그러나 의원 내각제를 하고 있는 영국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모두 여전히 양당제다. 이미 가진 기득권을 왜 놓치려고 하겠나.

남재희 : 개헌론자들 중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쪽에선 세종대왕의 장기 집권과 한글 창조를 예로 들며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중앙일보> 고문을 하고 있는 이홍구 전 총리다. 이 고문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조와 같은 근사한 작업을 하려면 최소한 4년 중임제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고문이 얼마나 중앙일보사 내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그 신문 논설진들이 아주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번에 내가 국회에서 '개헌은 필요 없다'고 강연을 하고 난 후엔 거기 논설진으로부터 '고맙다'는 연락도 받았다. (웃음) 하여튼 중요한 것은, 이 개헌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그래야 대선판이 짜인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남 전 장관은 7일 <프레시안>에서 한 최태욱 교수와의 대담에서 "불필요하고 불가능한 개헌 논의에 마침표를 찍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괴리되는 민심과 당심…그 누구나 '마이웨이'하는 이유

프레시안 :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은 박근혜 심판, 그리고 호남의 더불어민주당 심판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선 최근 전당대회에서 '친박' 이정현 대표가 선출됐고 더불어민주당도 '친문'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의 당심과 민심이 따로 가는 형국이다. 정당은 민의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최태욱 : 맞다. 정치 시장이야말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정치 시장의 소비자인 국민의 선호와 요구를 생산자인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받아들여서 그 요구에 합당한 정책 상품이나 정치적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면 4.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의사가 밝혀졌는데도 그걸 무시해도 된다는 식으로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독과점 시장 형태라서 그렇다. 우리가 유권자의 수요에 합당한 정치 상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뭐 어쩔 거냐는 식이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이러니 당 조직도 시장 수요에 민감한 유연성 있는 조직이 아니라 당내 역학에 따라서 구성된다. 지금 더민주에서 친문이 원하는 사람과 정책만 채택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프레시안 : 그렇게 민심이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니 누가 집권하건 '마이웨이(제멋대로)'하는 것 아니겠나.

최태욱 : 그렇다. 이렇게 민의 반영을 할 수 있는 정당 정치가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라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가 보기엔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권도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았다. 충분한 정도의 '반응성'을 갖춘 정권은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안 나왔다고 본다. 인품이 훌륭하면 좀 나은 정도이지, 제도가 (민심에 대한 반응을)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박원순, 제3지대로 갈까…손학규, 찬란히 소멸하는 혜성 

프레시안 : 이렇게 야권 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이른바 '잠룡'들의 운신의 폭이 좁다 보니 '제3지대론'이나 정계 개편과 같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 밖에서 세력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새 정당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시민 후보' 형태로 모이는 방식도 거론된다.

남재희 : 시민 후보 형식으로 세력화를 한다고 해도 조직을 하려면 지구당과 같은 조직이 불가피하다. 굳이 하겠다면 차라리 정당으로 발전시키는 게 낫겠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제3지대'를 표방하는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당 없는 세력화라고 해도, 각 지역에서 국회의원 야망을 품은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몰려드는 꼴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이 기회에 여기 들어가서 터전을 잡자'하면서 몰려들고 그들이 물주나 구심점도 없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굳이 제3지대를 갈 이유가 없지 않나. 서울시장 임기가 반 년 이상 남았고, 이 사이에 박원순 시장은 야권의 '다크호스'로 더욱 부상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 운동을 오래 해서 모세 혈관이 많다. 조직력이 상당하단 얘기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손 전 상임고문은 찬란한 빛을 내며 소멸하는 혜성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다가(2014년 7.30 재보궐) 낙선해서 강진으로 갔는데, 그렇다면 그다음에 선거(지난 4.13 총선)가 있었으면 출마했어야 했다. 정의화 전 의장이나 이재오 전 의원 같은 사람들은 제3지대를 만들 수 있는 인사들이 아니다.

최태욱 : 내가 이해하기로, 제3지대론은 '2017년 대선, 시민 후보 만들기'라고 하는 단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한시적인 단기 프로젝트다. 어떤 특정한 정치인이나 설익은 이념을 중심으로 정당이나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갖춘 정치 세력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지금의 시대정신을 구현해낼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아내어 그를 시민 사회의 대선 주자로 옹립하기 위해 모인다는 것이다.

좀 더 길게 말하자면, 경제 민주화, 복지 국가, 협치 혹은 합의제 민주주의 등과 같은 시대정신을 주도적으로 추진해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대선 주자로 발굴하여, 그를 시민 사회에서 남은 기간 집중적으로 성장시킴으로써 대선에서 시민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프로젝트 그룹을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니 거기선 국회의원이나 일반 정치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염원을 가진 시민들과 그들을 대표하여 대통령이 되겠다고 작정한 국가 지도자감만이 필요한 것이다. 거기엔 손학규, 박원순, 이재명 등의 야권 잠룡들은 물론 원희룡, 정의화, 이재오 등의 야권 개혁파들도 참여할 수 있다. 만약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이런 흐름에 동의한다면 그도 물론 합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시대정신은 도전 정신

남재희 :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이미 '국민의당'이라는 성곽이 있는데 무엇하러 그러겠나. 그 성곽 안으로 (손 전 대표 등에게) 들어오라고 할 것이지, 밖에 나가 무엇을 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정신이란 건 투쟁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대의가 된다. 경제 민주화, 복지 국가와 같은 좋은 말만 모은다고 대의가 형성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현시대에 과감하게 도전하려는 도전 정신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시대정신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태욱 : 다음 대선에서도 시대정신은 물론 '먹고사는 문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 이름을 뭐라고 붙이건.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여권 주자들이 내걸고 있는 시대정신들을 쭉 살펴보니 재밌더라. 김무성 전 대표는 '격차 해소'를 내세웠다. 유승민 의원은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며 이를 위한 경제 법적 정의, 즉 '정의'를 강조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공유적 시장 경제'를 언급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접근인데, 원 지사는 양극화 해소를 내세우며 그 방식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거론했다. 이 대타협을 위해선 '합의제 정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원 지사가 이렇게 수단으로서의 정치를 얘기했단 것에 주목하고 싶다. 바로 이런 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꾸 나와야 선거 제도 개혁으로 연결된다. 복지 국가, 양극화 해소 다 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러면 그걸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냐.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례 대표제를 바탕으로 각 정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놔야 한다.

남재희 : 남북 관계에 대한 상도 바로잡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식으로 '반미면 어떻고'는 안 된다. 그렇지만 '비미(非美)' 정도는 해야 한다. 무슨 말만 하면 종북으로 몰아가는 한국 보수 세력 식으로는 돌파구가 안 열린다. 미국이라고 절대 선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이 있는 한 북한은 붕괴하지 않는다. 분명 실패한 체제이지만 존속할 것이다. 그러면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게 맞다. 북한은 무조건 '악의 축'이고 미국은 '산타클로스'인가. 그런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이조차 말하지 못 한다면 대통령 못 한다. 겁 많은 사람은 대통령 못 한다.

▲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최 교수가 다음 대선 주자들에게 주문한 것은 "합의제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는 개혁안의 제시"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종필 '냉면 파티' 주목…반기문? 차라리 유승민이 낫다

프레시안 : 대선이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주자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어떤가. 먼저 여권 후보에 대해 얘기해보자.

남재희 :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은 김종필 전 총리의 냉면 파티다. 김 전 총리가 안철수 전 대표를 불러 냉면을 먹기로 했다는데, 그건 틀림없이 안 전 대표를 떠보려고 만든 일정이다. 내가 김 전 총리라도 안 전 대표한테 '(새누리당에) 들어와서 하라'고 할 것 같다. 김 전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이 사촌 관계이질 않나. (김 전 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 형인 박상희 씨의 장녀다.)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는데 안철수 전 대표하고만 손을 잡으면 이 기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러니 사촌인 김 전 총리가 나서 안 전 대표에게 국무총리를 제안하거나, 주변인 1~2명에 대한 입각 제안을 할 수 있겠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번 신용현 의원(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집어 과학 계통 장관 자리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당신은 대권 링에 올라라' 이럴 것이다. 김 전 총리가 지금 안 전 대표를 만나서 할 말은 이것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안 전 대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존 3파전 구도로 대선에 나가봐야 초장에는 좀 뜨겠지만 후반으로 들어설수록 제 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니까 말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붙는다면, 안 전 대표로서도 해볼 만한 싸움이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밀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내가 보기엔 가능성이 없다. 반 사무총장은 북한을 '악의 축'에 빗댔던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당신이 우리의 유일한 후보"라며 오케이(OK·승인)해준 덕택에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조지 부시의 정책 라인에서 결정된 사람이다. 지금은 사무총장으로서 '실격' 수준이라는 국제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남북 관계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겠나. 지금까지도 이미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다. 차라리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서 낫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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