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및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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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정당의 역사는 좀 지루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공회에 앉았던 자리를 기준으로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나온 이후 변한 것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선 변형된 형태의 보수주의적 정당과 자유주의적 정당이 서로 권력을 교체해왔다.

그나마 지난 50년 동안 가장 큰 혁신은 녹색당이었다. 녹색당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출발했지만 독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획득했다. 이제 녹색당은 90개국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정당 구조는 녹색 친구들에게 작은 정치적 공간만 열어줬을 뿐이다.

이제, 이런 안정적 정치 질서는 무너지기 직전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늘 그대로인 정치에 점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정당 엘리트들에 대한 미국인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등장은, 다른 지역의 대중영합주의적인 지도자들의 판박이일 뿐이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프랑스의 마린 르펜, 영국의 나이절 패라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좌파, 우파,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라고 다르게 부르고 있지만 ‘반 자유주의적’이라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이들은 시민 자유에 관심이 많지 않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법률의 지배도 벗어나려 할 것이다. 이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보다는 종교나 민족 정체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고, 대체로 경제에 대한 국가의 더 많은 개입을 선호한다.

트럼프나 반 자유주의적 대중영합주의자들은 세 가지의 중층적인 반발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다.

첫째는 문화적 반발이다. 시민 자유 옹호 운동은 지난 40년 동안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여성, 인종·종교적 소수자, 성소수자인 엘지비티큐(LGBTQ)는 법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성과를 확보했다. 예를 들어 2001년 이전에는 한 국가도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20여개 나라에서 합법화됐다.

시민 자유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런 운동에는 늘 저항이 존재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반발은 점점 정치적 얼굴을 띠고 있다. 유럽에서 다문화주의와 이민에 도전하는 정당들의 등장, 일차적으로 백인층에 호소하는 트럼프와 티타피의 공화당 접수 등이 그것이다.

둘째 반발은 경제적인 것이다. 경제의 세계화는 거대한 부유층을 만들어냈다. 또한 세계화는 엄청난 수의 저임금 노동자들, 자신의 일자리가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을 뒤처지게 만들었다.

반 자유주의적인 대중영합주의자들은 수십억달러를 버는 금융인들, 더 저임금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기업인들, 그리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이민자들로 이런 사람들의 분노를 돌렸다. 힘있는 자와 약자 모두가 이들의 목표물이 됐다.

셋째 반발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인데, 정치적인 것이다. 정치학자인 로버토 스테펀 포아와 야샤 몽크는 <민주주의 저널>에 “사람들은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 가치에 더 냉소적으로 돼왔고, 공공정책에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희망을 잃어 있으며, 점점 권위주의적인 대안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썼다.

이제는 정치적 현상유지에 대한 사람들의 진저리를 세계적 이슈에 대한 긴급한 대응을 약속하는 정당 쪽으로 향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종류의 정당이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라는 정치 질서에 도전하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이러한 정당은 기후변화 대응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또한 거대한 소득 불평등과 소비 낭비를 초래하지 않고, 전함이나 전투기 같은 이상한 공공재를 만들어내지 않는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를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정당은 시민 자유를 옹호하고, 시민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법에 의한 통치를 옹호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질서는 약화되고 있다. 공정하고 국제주의적이며, ‘녹색’을 옹호하는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반 자유주의적’인 대중영합주의자들은 계속 승리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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