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및 칼럼

[전문가 칼럼]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 이유
  •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도입이 대안..2020년 21대 총선부터 새 제도 적용됐으면"
    주명룡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대표 "'쥐들의 나라 선거'에 역설적 진실 있어"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주명룡 고용복지연금선진화연대 대표]



  • 쥐들의 나라(Mouseland)에도 4년마다 선거가 실시된다. 후보로 나서는 고양이들은 각종 공약을 내걸고 유권자인 쥐들의 표를 구걸한다. 어떤 후보는 쥐구멍을 좀 더 동그랗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또 다른 후보는 쥐구멍을 네모지게 만들어 쥐들의 통행이 편리하게 이뤄질수 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공약이 사실은 고양이들이 힘들이지 않고 쥐들을 잡아먹을 수 있는 일종의 속임수라는 것을 유권자인 쥐들은 꿈에도 모른다. 


  • 갈수록 생활이 핍박해진 쥐들은 다음 선거를 기다려 더 나은 후보를 선출해 본다. 그러나 더욱 영악한 고양이 대표를 만나는 불운만 이어질 뿐이다. 

    쥐들은 색깔이 다른 고양이는 낫겠지 하고 검은고양이에서 흰 고양이, 흰 고양이에서 점박이 고양이까지 두루 선출해 본다. 

    그래도 쥐들의 생활은 갈수록 더욱 어려워진다. 어떤 고양이를 뽑는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쥐들이 깨닫는다해도 이미 늦었다. 이미 그같은 시스템이 소리없이 굴러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미식 선거제도가 만들어낸 이같은 제도는 기득권자들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는 이른바 양당제 폐해를 일목요연하게 꼬집고 있다. 

    이는 캐나다 정치인 타미 더글라스가 연설시 인용하는 '쥐들의 나라' 얘기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떴지만 그가 말한 폐해는 여전한 듯 싶다. 캐나다가 아니라 한국에서 말이다.

    미군정이 가져온 미국식 다수결 선거제도 

    2016년 20대 국회의원까지 배출해낸 한국의 선거제도는 해방 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국론이 갈렸던 1948년 봄 미군정이 결정한 제도가 그 바탕이 됐다.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거치면서 몇 차례 선거제도에 대한 변화가 있었지만 단순다수제 승자독식 1인선거구제도의 기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게 현실이다. 

    70년을 바라보는 미국식 선거제도(FTPT)에 대한 '한국식 개혁'이 뒤따라야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2015년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개정안을 내놓은데다 학계·시민사회·원외정당협의회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그같은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선거제도에서 FPTP(1인 다수결 선거)로 불리는 선출 제도는 국제사회에서 점차 외면받고 있다. 기득권을 양산하면서 부패의 싹이 트고, 지방 토호세력과의 결탁뿐 아니라 계산될 수 없는 특권에 휘말리고 더 나아가 양당체제의 고착화로 4년 또는 8년간 양당에서만 정권이 교대로 탄생돼 정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년층이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은 고달플 수 밖에 없다.

    프랑스 정치학자 두베르제는 '1인 선거구제는 양당체제로 간다'는 두베르제 법칙을 발표했다. 이는 검증을 통해 변치 않는 법칙으로 대접받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다수결 주의로 1인선거구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인 선거구제도는 제일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선출되는 제도로 선거에 진 정당은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써 양당제도를 고착화시키며 소규모 정당을 짓밟아 버리는 '그들만의' 선거제도라는 것이 제프리 삭스 교수의 지적이다. 

    선거제도 세계 추세 

    세계 199개국의 선거제도를 보면 크게 두 가닥으로 볼 수 있다. FPTP로 불리는 (다수제 Majority) 영미식 선거제도와 EU 및 OECD 국가들이 사용하는 비례대표제(PR)제도가 그것이다.

    • "EU 및 OECD 선거제도 및 인구비례 의원 수." ( )안 숫자는 양원제 상원의원임. 이탈리아 상원의원 315석에서 100석으로 줄이기로 함.영국 상원의원은 종신제, 세습제이며 모든 권한을 거의 상실한 명예직임.
    비례대표제(PR)가 선진화 하는 길  

    다수제(Majority)의 폐해를 선거 때 마다 겪고 있는 영국은 비례대표제(PR)로 전환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몇 차례 내놓는다. 하지만 선거에서 양대 정당인 보수당이나 노동당이 다시 집권당이 되면 논의가 중단돼 비례대표제(PR) 도입은 여전히 표류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2월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구 200 : 비례대표 100'의 혁신적인 제도개선안(2:1)을 내놨지만 여야 정치권은 지역 구도 유지에 매몰된 나머지 오히려 비례대표 7석을 없애는 짬짜미를 저지르고 말았다. 

    영국의 정치권이 비례대표제 전환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같은 영어권의 뉴질랜드는 1990년대 중반 시민들에 의해 독일식 혼합형비례대표제(MMP)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정치권이 아닌 시민들에 의한 선거제도개혁운동이 성공한 특이한 사례다. 

    뉴질랜드에 이어 FPTP다수제 선거제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캐나다에서도 불이 붙고 있다. 아버지 총리에 이어 캐나다 총리로 선출된 트뤼도는 선거개혁 장관을 임명해 비례대표제(PR)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왜 잘사는 서구 선진국가들은 민주주의가 번창하고 사회복지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으며, 마치 약속이나 한듯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늘 의문을 갖고 있었다.

    지난 30개월간 4차례에 걸쳐 20여개국을 직접 찾아 방문하는 장단기 유럽 정치탐방 투어에 나서면서 이런 의문은 어느 정도 풀렸다. 

    유럽 정치탐방의 결론은 “이들 EU및 OECD 국가들은 길게는 100년 전부터 비례대표선거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현재 그같은 제도를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4만7,000표 對 73만표의 대표성  

    한국의 1인 선거구 다수결 투표는 유권자 대표성에서 형편없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만표대로 당선된 의원이 9명이며, 3만표대로 당선된 의원이 55명에 달한다. 지역구 253석 중 64석(25%), 즉 의원 4명 중 1명은 4만표 미만의 득표로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꿰찼다는 얘기다. 

    이는 20대 총선 지역구 평균 득표수인 4만7,000표에 한참 미달이며, 비례대표 당선 표 73만표와는 가히 천양지차다.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 정당 투표수는 73만 표를 넘게 받아야 한 명의 의원을 배출할 수 있었다. 숫자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20대 국회의원 2만표대 당선현황"
    국회의원 정수를 확 늘려 일반직화 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EU, OECD와 비교할때 턱없이 적은 편이다.

    국회무용론을 외치며 국회 의석을 줄이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사실 이는 다소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 이들은 주로 미국을 예로 들지만 양당제가 토착화되고,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미국식 선거제도는 애초에 우리의 비교 대상이라 하기에는 너무 격이 다르다.

    EU, OECD 국가 평균 의석수를 보면 5000만명 이상인 한국 국회의석은 1000석쯤 돼야 한다.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국민적 정치개혁이 일어난다고 볼 때, 국회정원을 500~600석으로 늘리고 초과의석을 늘릴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독일식) 

    가령, 현재 지역구 253:253 비례대표로 하거나(506석), 의석수 300:300 비례대표(600석)로 늘리는 방안이다. (5:5 방안) 

    다만 국회의석을 줄이자는 현재의 국민정서를 놓고 볼 때 어려운 얘기다. 하지만 국회를 없애거나 정원을 100석이나 200석으로 줄이면 줄일수록 국회의 특권은 더욱 견고해지며 울타리는 철옹성처럼 더 높아져 국민과는 더욱 멀어질 공산이 크다. 

    분명한 것은 의원 정수를 줄이면 줄일수록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 진다는 점이다.

    정치를 멀리 할수록 기득권은 좋아하며 가장 고약한 지배자에 의해 지배받게 된다는 점을 깨닫는게 급선무다. 여기에 국민계몽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미 모 일간지는 사설에서 의석수를 차라리 500~600석으로 늘려 의원의 특권을 줄이자고 제안했고,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802석 규모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의석 증설에 드는 비용은 예산 증액 없이 가능하다는 점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7억이 넘는 의원 l인 연간 세비를 절반으로 내리면 된다. 또 기초의원 2900명에 1인 평균 년 4000만원씩 들어가는 구, 군 기초의원 제도를 폐지하면 1200억원에 달하는 국민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권이 이런 제도에 응 할 리가 없다. 

    법 제정을 하는이들이 바로 현역 의원들이니 어느 누가 자기 밥그릇을 스스로 빼버리려 들까. 기존 기득권을 유지시켜 주면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금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구호를 의원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는 시대착오적 선량이 있는 곳이 바로 다름아닌 대한민국이다. 

    네덜란드형이 제일 바람직해보이지만 현재 여의도 추세로는 절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뉴질랜드도 택했고 카나다도 도입을 염두에 두고 만지작 거리는 독일식 혼합비례대표제가 그나마 우리가 택할수 있는 선택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개정안을 내놓지 않았는가. 

    서로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을 미룬다면 비용은 더 들게 마련이고 사회발전 역시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기득권이 변화를 거부해도 언젠가는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례대표제가 그같은 역사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지금이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를 본격 거론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닐 수 없다. 

    획기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2020년 21대 총선때는 반드시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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