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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반도 그리고 민주주의

<칼럼>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정되고 말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이로써 한반도 상공은 북의 미사일과 이를 쫓는 사드의 대결 공간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이 긴밀하게 관련되면서 한반도 상공마저도 국제적인 경쟁과 갈등과 충돌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분단마저 ‘세계화(?)’되는 공간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북관계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바닥을 친 남북관계가 바닥보다 더 깊은 지하실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 실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또 하나의 걱정은 사드 배치가 결정될 지역을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이 일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우리는 제주 강정에서, 밀양에서, 그리고 동남권 신공항에서 지역과 그 지역의 사람들이 갈가리 찢겨졌음을 목도하였다. 그런데 이제 또 다시 사람들이 이리저리 찢어지게 될 형편이다. 분단이 우리 안에 들어와 또 다른 ‘분단’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러와 마찰, 갈등 각오했나

사드 배치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주장과 논쟁을 통해 적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찬성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군사적 효용성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정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그것은 국제사회 특히, 한반도 주변국가들과의 관계 문제이고, 남북의 문제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중국은 미국 주도의 사드 배치에 심각한 우려를 여러 번에 걸쳐 표명하였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의 서울 방문시 정상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지난 3월의 케리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와 우려가 표명되었다. 러시아 역시 주한러시아 대사부터 시작하여 외무장관, 그리고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여왔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결국 이들 나라와의 마찰과 갈등을 각오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는 거꾸로 한미동맹의 이익을 위하여서는 이들 나라들과는 일정한 정도의 관계 악화도 수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북한 제재’라는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일면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는 때로 타국과 갈등과 마찰을 감수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렇게 국가 주권을 당당하게 행사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 말하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결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안보 위협이 더 큰 이익이라면 백번을 양보해서라도 사드 배치에 따른 국가 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사드 도입의 명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이다. 그런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포괄하는 국제적인 동북아시아 협력관계가 요청된다. 그런데 사드 배치는 이러한 협력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관계의 파탄은 우리의 안보에 오히려 해가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국가적인 외교 총력을 동원해서 수행하고 있는 ‘북한 제재’라는 목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마찰과 충돌도 감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몰고 오는 파장은 단지 한중관계, 한러관계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주 좁혀서만 생각해보아도 사드 배치는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제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사드 배치로 인해 결국 동북아시아에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북중관계, 북러관계의 밀착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북한 제재’에 총력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의 전략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사드 배치는 우리가 이미 수행하고 있는 전략적 결단과도 배치되는 결정인 셈이다.


중국, 북한의 전략적 자산 재평가

냉전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한반도의 사드 배치는 ‘한-미-일 vs 북-중-러’ 관계의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고립시켜서 결국 ‘핵과 미사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우리의 전략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의 참여에 결정적으로 그 성패가 달려있다.

그런데 역사적인 경험이 말해주듯이, 한반도의 정세 불안정과 미-중간의 충돌은 북한의 입지만을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거꾸로 이는 우리의 입지만을 약화시켜왔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 베트남을 둘러싼 무기 수출 재개의 문제 등을 비롯하여 갈등과 충돌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갈등까지 겹쳐진다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전략적 자산에 대한 평가를 더욱 크게 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여 적극적인 ‘동방정책’을 펼치면서 북-러 관계가 보다 더 돈독해졌던 것을 상기하면 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순간, 중국은 ‘견결한 반대’를 넘어 ‘강력한 불만’까지 표현한 외교부 성명을 발표하였다. 중국의 반발은 단순히 성명을 발표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상황은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한 북한에게 자신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북한 제재를 위해 쿠바를 비롯하여, 동유럽의 불가리아와 저 멀리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북한의 동맹국에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전략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의 사드 배치에 따른 여러 가지 논점이 등장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남한의 입지 축소’와 ‘북한의 입지 확대’는 분명한 현실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 협력체제, 심각한 균열 불가피

사드 배치에 따른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점들이 등장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 중에서도 사드 배치가 몰고 올 남북관계 역시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라 할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북한은 당대회와 연이어 최고인민회의까지 마무리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진용’을 정비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여러 나라들과의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비롯하여 내부의 경제건설을 위한 ‘200일 전투’ 등 자신들의 일정에 따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남한에 대한 ‘평화공세’와 금번 북한 공화국 대변인 성명에서 보듯이, 미국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김정은을 ‘인권 유린자’로 낙인찍고, 제재를 더욱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북미 대화 통로의 차단과 ‘전시법’에 근거한 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대화의 여지가 극도로 좁아진 마당에 사드 배치 문제까지 터졌으니, 현재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남북간이나 북미간에 한정되지 않고, 미중, 미러, 한중, 한러, 북미, 남북 등 전방위적으로 주변 국가들간의 갈등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무대가 바로 한반도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북한 제재를 외치면서 주변국의 도움과 동참을 요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국가들과의 갈등을 스스로 재촉하고 있는 현재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지 복잡 미묘할 뿐이다. 더욱이 이러한 판단이 북한의 입지를 넓혀주고 있으니 ‘지독한 역설’이라 하겠다.

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아시아 협력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 해결’에 올인(all-in)하고 있지만, 실제 결정은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으니 이 역시 ‘지독한 역설’의 하나라 할 것이다.


남북관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남북관계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심각하게 꼬이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지난 정권에서는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주변국가들을 소홀히 하기는 했지만, 결코 주변국가들과의 마찰을 스스로 감당하지는 않았다.

현 정권에서는 남북관계를 최악의 관계로 몰아넣으면서 여기에 더해 주변국과의 마찰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 어떻게 수습되든지 현재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돌리기에는 그 만큼의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민주주의의 회복과 진전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다른 영역과 비교하여 안보와 국방의 영역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사드 배치의 과정은 국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충분한 국민적 설득과 주변국과의 외교적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로 결정되었다. 심각한 민주주의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민주주의의 부재는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뒤로 후퇴시키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적어도 하나는 명확해진다. 민주주의의 회복이고, 진전인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시민들의 힘이 지금 절실하게 요구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문학박사, 2001)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방문연구원(2002-2003)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위원(2004-2006)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원(2007)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중
 
주요저서로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2004), 김정일 리더십 연구(2005), 서울과 도쿄에서 평양을 말하다(2008), 북한과 미국: 대결의 역사(번역서,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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