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1) 배신과 혐오의 정치


ㆍ늘 배신당해온 표심…‘침묵의 악순환’을 끊어야
ㆍ“이기려면 공약 남발 꺼리지 말라” 여의도 정치 현주소
ㆍ유권자 무관심 악용, 악순환 반복…‘참여형 분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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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오분육열(五分六裂)’로 갈라졌다. 그 중심에 정치가 있다. 국민들은 점점 정치에 관심을 잃어가고, 나아가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유발시키고, ‘그들만의 싸움’으로 사회경제적 격차가 커지는데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4일로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분노’해야 한다. 국민이 나서 정치의 변화를 이끈 국내외 사례는 많다. 그 점에서 4·13 총선의 의미는 ‘참여하는 분노’다. 경향신문은 헬조선의 악순환을 끊는 유권자들의 정당한 분노와 이를 통한 정치권 전반의 판갈이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의 정치혐오 극복에서부터 시작되는 선거 의미와 분노한 참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들, 유권자 개개인의 ‘당신의 4·13 총선’을 새해 시리즈 기획으로 점검한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화두는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시대정신은 ‘분노’다. 희망이 사라지는 민생, 바뀌지 않는 정치 사슬을 끊어낼 유일한 힘은 결국 유권자의 정당한 ‘분노’와 ‘분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배신’과 ‘혐오’라는 두 단어로 갈음된다. 선거는 ‘공약(公約)’이 아닌 ‘공학(工學)’이 난무하는 기술자들의 판이 된 지 오래다. 그 결말은 늘 표심이 배반당하는 ‘배신의 선거’였고, 시민들은 실망감 속에 더욱 정치에 등을 돌렸다. 정치는 이처럼 ‘배신의 선거→정치혐오→무관심’이란 악순환의 덫에 빠진 채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


그 점에서 4·13 총선은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대상은 배신의 선거·정치이고, 이를 도모하는 기득권화된 기존 정치의 구조다.


4·13 총선에서 유권자의 힘은 결국 ‘분노하라, 그리고 갈아엎자’로 집약된다.



■배신의 ‘선거공학’



“표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공약(空約) 남발을 두려워하지 마라.”


선거 때마다 알음알음 통용되는 ‘여의도 정치권’의 가이드라인이다. 표를 얻고, 승리하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 승패에 따라 ‘도 아니면 모’식으로 모든 것이 갈라지는 ‘일대일’ 양자대결의 선거와 정치구도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 같은 인식 속에서 한국에서 선거는 ‘공학’이다. 선거공약을 통해 정책과 가치를 검증받고 실현하는 것이 아닌 ‘승리’를 위해선 표심 조작도 전략과 정당한 것이 되는 선거다. 선거는 그저 이들 기존 정치권이 기득권을 강화하는 통과의례 정도로만 비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대표적 ‘선거공학’ 사례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첫손에 꼽힌다. 보수 여당 후보인 박 대통령이 야당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 공약으로 대선 승리의 초석을 쌓았지만, 선거 승리 후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대선 공약 이행도 분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까지 18개 공약 중 5개(28%)만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경우 지역별로 ‘공약 남발’이 점점 정도를 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교량을 하나 놓거나 도로를 새로 뚫는 ‘토목 공약’에서 이제는 “소득을 2배로 늘려드리겠다”는 등 민생을 앞세운 구호성 공약들이 난무한다. 이를 현실화할 구체적 내용은 부족하다. 표심도 이 같은 공약이 이행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낮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 후보 공약을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도 오간다.


역설적으로 ‘정치혐오’를 정치권이 적극 이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여야 양당 구조가 견고한 가운데 정권을 잡은 여당은 청와대 권력에 종속된 ‘거수기’로 전락하고, 야당은 ‘2등 기득권’을 놓고 내부 분열만 거듭하면서 실망과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정치인들은 사고나 문화가 옛날 방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그런 사람들이 기득권 갖고 너무 정치를 엉망으로 한다. (야당은) 도대체 왜 같이 당을 하는지를 모를 사람들”이라며 “정치혐오가 심한 건 그런 모습 때문인 듯하다. 제도나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정치인)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혐오의 악순환을 끊으라



지금 정치 문제의 핵심은 ‘표심 배신→정치혐오→무관심’의 악순환이 견고해지는 데 있다. 복지·성장 무엇할 것 없이 각종 공약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면 유권자들 사이에선 “속았다”는 말이 나오기 일쑤다. 시민들은 좌절감에 분노하고, “역시 정치하는 것들은 안돼” “다시는 투표 안 해”라는 혐오로 도피하는 악순환이다. 지난해 9월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66.8%에 이를 정도로 종종 비정상적인 유권자 의식이 나타나는 것이 단적인 예들이다.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갑작스레 부상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사그라드는 ‘제3후보’ ‘제3세력’ 현상도 이 같은 정치적 소외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결국 수십년간 지속돼온 여야 양당 구조에서 적절하게 대변받지 못한 표심들이 특정한 선거공간에서 급격히 분출하는 것이란 분석에서다.


최근 야권 분열 이후 ‘안철수 신당’의 일정한 부상도 그런 흐름과 유사한 점이 있다. 안철수 신당 등장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일정 부분 하락하고, 이들 중 상당 부분을 안철수 신당이 흡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배반의 선거가 정치 무관심으로 기우는 악순환이 될 경우 정치는 물론 시민들의 삶도 나아질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권은 이 같은 ‘정치혐오’의 악순환을 이용하는 ‘선거공학’에 더욱 매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신의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정당한 분노는 혐오와 무관심이 아닌 ‘참여하는 분노’로 진화해 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 현상이 다시 안철수 지지 현상으로 모이고 있는 것은 그래도 아직 분노하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순환을 끊어낼 ‘참여하는 분노’의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D-100일…현실론은 ‘인적 쇄신’, 이상은 ‘선거제 판갈이’

해결책은 무엇인가


‘배신의 정치’로 인한 정치혐오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을 넘는 ‘정치 쇄신’을 꼽는다. 이는 인물·제도·문화 모두를 바꾸는 ‘판갈이’라는 말로 집약된다. 단순히 기존 양대 정당체제에서 반복돼온 것처럼 ‘인적 물갈이’로는 정치혐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판갈이의 핵심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을 제1과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라도 아예 선거제도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판이 바뀌어야 그 판 위 사람도 바뀐다는 논리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인적 물갈이를 아무리 크게 한다 해도 판이 그대로라면 소용이 없다”며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뽑겠는가라는 원칙, 룰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지금은 판갈이가 맞다고 봐야 한다. 예전부터 판갈이가 답이었지만 물갈이라는 걸로 중화돼온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방법은 기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쪽이다. 두 경우 모두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높이는 제도다. 현재 선거제도는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 후보가 나와서 한 명만이 당선되는 시스템인데 이렇다보니 나머지 다수 시민들의 표는 사표가 된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지역에서 복수 이상의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부분적으로 운영(19대 총선 기준 54석)되고 있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할 경우 현행 여야 양당 체제가 소수정당들의 합류로 다수당 체제가 될 수 있다. 최 교수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면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게 돼 자연스럽게 인적 물갈이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4·13 총선이 100일밖에 남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판갈이’ 방법으로 우선 상당한 규모의 ‘인적 쇄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갈이 폭과 대상을 대폭 다양하게 늘리자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현재 의원 구성이 시민들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시민의 대표자로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로 대폭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의 경우 기업이나 관료 출신의 산업화 세력이, 야당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 민주화 세력과 호남 지역 출신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인적 구성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노동자가 전체 인구 절반인데 노동자 출신 의원은 없고, 농민이나 중소기업 출신도 거의 없다”며 “각계각층을 대변할 수 있는 다양성 있는 인적 물갈이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작성자: 박홍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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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032248275&code=910110&s_code=aj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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