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수 확대, 새누리당은 왜 반대할까?
"의원 특권 없애고 수는 늘려야"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유권자의 날'이란 낯선 국가기념일이 하나 끼어있습니다. 2012년 1월 국회는 1945년 해방 이후 첫 번째 선거인 1948년 5.10 총선거를 기념해 5월 10일을 유권자의 날로 정하고 이날로부터 일주일간을 유권자 주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주간 행사를 통해 국민의 주권의식을 높이자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제헌국회로부터 반세기를 훌쩍 넘겨 현재 19대 국회에 이르렀지만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성, 50, 엘리트, SKY, 재산 30억…다양한 계층, 세대, 직능을 대표하지 못하는 국회

국회로 표상되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표성입니다.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려면 성별과 세대, 지역과 계층, 직역과 사회적 소수자 등이 고르게 대표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국회는 사회 구성과 같은 모양으로 구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현재 19대 국회 역시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의 결과로 탄생했지만 보통국회, 평등국회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먼저, 19대 총선 당시 유권자는 여성이 50.6%, 남성이 49.4%로 거의 반반의 비율이었으나, 당선자는 여성은 47명(15.7%)에 그친 반면 남성은 253명(84.3%)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 264명 중 남성 의원이 227명(92%)를 차지하면서 여성의원은 고작 19명(8%)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여성을 홀수 순번에 공천하도록 한 선거법 때문에 여성 비례의원이 28명 탄생했습니다.  

<표1> 2012년 19대 총선 유권자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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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9대 국회의원선거총람)


연령별 구성도 유권자 분포와 당선자 분포간 차이가 크긴 마찬가지입니다.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 비율은 18.4%이지만 당선자가 한명도 없고, 유권자의 20.5%를 차지하는 30대 역시 당선자는 고작 9명(3%) 뿐입니다. 반면, 50대 당선자는 절반에 육박하는 142명(47.3%)으로 유권자 비율(18.9%)의 2.5배에 달합니다.    

<표2> 2012년 19대 총선 당선자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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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9대 국회의원선거총람) 


직업별 구성도 편중되어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과 정당인 다음으로 법조인, 관료, 학계, 기업인, 언론인 등 엘리트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최종 학력을 기준으로 서울대가 62명(20.7%)으로 가장 많았고 해외 소재 대학이 42명(14%)이며, 연세대(26명), 고려대(23명), 한양대(12명), 성균관대(11명), 경희대(10명) 등이 그 뒤를 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산 수준을 살펴보면, 10억 이상 30억 미만의 재산을 가진 당선자가 104명으로 가장 많고 3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52명에 달합니다. 재산신고액 상위 10명 중 9명이 새누리당 의원이고,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었던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134억원으로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자산 수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과연 이런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고르게 대표할 수 있을까요?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 무시한 선거제도…'표 도둑질' '불로의석'으로 기성정당만 반사이익

우리 국회가 다양한 국민을 고르게 대표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거구별로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 차이가 있고, 두 번째는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첫째, 2012년 총선 결과를 보면 광주 동구의 무소속 박주선 후보는 1만5378표(31.55%)를 얻어 전국 최저 득표수와 최저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반면, 새누리당 심윤조 후보가 8만2582표를 얻어 전국 최다 득표수로 당선된 서울 강남갑의 경우 2등으로 낙선한 민주통합당 김성욱 후보는 4만1509표를 얻었습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크다보니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에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현재 '3:1'의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을 '2:1' 이하로 조정하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1인1표' 선거제도에서 모든 유권자의 표는 같은 가치를 지녀야한다는 표의 등가성의 원리를 해쳐 유권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헌재 판결을 적용하면 246개 지역구 중 62 곳이 조정 대상이라 대대적인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둘째,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에 따른 문제입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전국득표율로 50.7%의 전국의석을, 영남지역에서는 54.7%의 지역득표율로 94%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36.5%의 전국득표율로 42.4%의 전국의석을, 호남지역에서는 53.1%의 지역득표율로 83.3%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현재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는 1등을 찍은 표만 살아남고, 다른 후보를 찍은 표는 모두 사표가 됩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체제는 자신들이 만든 법으로 다른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표를 합법적으로 도둑질해 '공짜의석', '불로의석'의 특혜를 누리는 꼴입니다. 다른 정당은 정당 지지도에 못미치는 의석을 배정받거나 아예 원내진입에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1948년 제헌국회는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1명…세비축소, 특권폐지하고 국회의원 500명으로 늘려야

지난 2월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을 2:1로 조정하고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중선관위 제안을 19대 총선에 적용하면, 새누리당은 152석에서 139석으로 줄고,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은 127석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반면, 구 통합진보당은 13석에서 34석으로 늘어납니다.    

그동안 진보정당과 정치학자, 시민단체들은 정당득표를 기준으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전면 비례대표제를 주장해 왔습니다. 전체 인구수와 경제 규모, 사회변화 등을 반영해 국회의원 수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많습니다. 필자가 속한 노동당은 정치개혁 방안으로 전면비례대제 도입하고 의원정수를 500명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OECD 국가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멕시코 6만5270명, 스페인 8만5546명, 영국 9만8066명, 프랑스 11만4834명, 독일 13만5446명입니다. 특히,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북유럽의 경우 인구 550만 수준의 핀란드가 200명의 의원을, 인구 천만이 되지 않는 스웨덴이 349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48년 제헌국회 당시 국회의원은 200명이었습니다. 이후 1987년 민주화로 탄생한 13대 국회는 299명, 현재 19대 국회는 300명입니다. 제헌국회와 비교해 총 인구수가 2.5배 늘어나는 동안 국회의원수는 1.5배 증가에 그쳤습니다. 제헌국회는 국회의원 1명이 국민 10만 명을 대표했다면, 지금은 16만8천 명을 대표해,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대표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다원화된 가치를 반영하려면 의원정수 확대를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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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연대·비례대표제포럼) 



국회의 핵심 역할인 입법활동과 행정부, 사법부 감시견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도 일정한 숫자와 다양한 구성이 필요합니다. 18대 국회는 13대 국회에 비해 처리 의안이 9.4배가 늘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47.7배가 증가했습니다. 건수 올리기 식 법안 발의,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지만 환경노동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복수의 정부 부처를 맡는 상임위원회 구조와 의원 1명이 여러 개의 상임위원회를 겸직하는 현실도 문제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부활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이 총 672개로 상임위원회 한 곳당 42개 기관을 맡았습니다. 하루 평균 2~3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고 국정조사 역시 정책적 사안 보다는 정치적 사안에 집중되면서 부실, 졸속이라는 비판과 함께 매번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 운영 방식도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적으로 거대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에는 국회의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일보>가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한 결과, 지역구 축소와 비례대표 확대에 대해 의원들의 78%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누리당(83.1%)이나 새정치민주연합(72.3%) 모두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이 높았습니다. 또,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65.9%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국회는 이미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제도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게리맨더링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 선거구획정에 대한 국회 권한을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핵심인데, 시간을 질질 끌다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헌재판결을 명분으로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이는 것입니다. 

노동당은 의원정수 확대와 함께 의원 1인당 예산을 축소하고 각종 특권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 국회 전체의 대표성을 높이되, 국회의원 한명 한명의 특권과 예산을 줄이자는 겁니다. 정치개혁을 하려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인 비례대표 확대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조동진 노동당 정책기획실장
기사 원문보기☞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395&ref=nav_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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