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제6회 비례대표제포럼 - 비례대표제와 한국의 미래]


한국 헌법과 비례대표제


김종철(연세대 법전원)


1. 서론: 비례대표제 논의의 출발점으로서의 헌법


  헌법은 국가최고법으로 특히 국가의 정치질서의 구성원리와 구체적 제도를 개략적으로 확정하는 규범이다. 국민대표기관인 의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관한 선거제도의 문제도 민주공화국에서 핵심적 정치질서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기본원리를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대표기관의 선거가 다양한 시민적·정치적 인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원칙에 의해 실현되도록 선언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헌법 제41조 제3항은 “국회의원이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선거제도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근래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끊임없이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이 중요한 논의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논의가 정책론적 논의에 그치고 정작 국가최고법인 헌법의 가치에 입각하여 그 필요성과 의의를 논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태도가 ‘헌법에 의한 지배’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힘들다. 정책론적 논쟁과 실증적 검토는 필요조건이지만 헌법적 가치질서가 제시하는 한계와 절차, 요건을 고려하는 시민의 참여가 바람직한 선거제도를 구축하는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헌법상 선거제도개혁과 관련하여 준거점을 제시할 수 있는 쟁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헌법 제41조 제3항상의 비례대표제라는 문구가 비례대표제를 필수적으로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 문구가 임의적 예시규정이어서 국회가 비례대표제를 배제한 선거제도를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례대표제의 헌법적 근거를 규정한 것으로 국회는 반드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야 하는 것인지의 여부는 국회의 선거제도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다. 비례대표제 필수사항론의 대표적 논자는 음선필(1997:177), 김형성(2001), 성낙인(1998:227), 장영수(1993 :138, 각주 33)가 있고 예시사항론자로는 강경근(2002: 208), 계희열(2001: 291), 정만희(2002: 58)가 있다. 권영성(2002: 824)과 홍성방(2002: 740)은 구체적 논증은 하고 있지 않지만 “비례대표제가 가미될 수 있다”고 가능형 표현을 사용하여 예시론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정종섭(2001b: 21-68)의 경우 현행 제도의 개선책을 검토하면서 다수대표제만의 선거제도도 포함시켜 검토하고 있으면서도 이 경우 헌법 제41조 제3항의 위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논증하지 않고 있는 점, 현행과 같이 정당의 사당화나 매관매직의 폐단을 지속한다면 전국구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제가 필수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헌재는 예시사항으로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예컨대, 구선거법상 전국구비례대표제의 투표방식과 의석배분방법의 위헌결정에서 헌재는 헌법 제41조 제3항은 ... 규정하고 있으므로 비례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구현할지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판례집 13-2, 93면),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다수대표제만을 택하고 비례대표제를 택하지 않을 경우 지역구의 개별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지지만을 정확하게 반영하여도 민주주의원리에 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판례집 13-2, 94면), “공선법 제146조 제2항 중 "1인 1표로 한다"부분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단순히 지역구 다수대표제 선거방식만을 채택한다면 그 자체 아무런 위헌성이 없으나”(판례집 13-2, 99)라고 서술하면서 반드시 비례대표제는 선택사항인 듯한 표현과 논증체제를 구사하고 있다. 만일 비례대표제 필수사항설을 취한다면 현행 소위 전국구비례대표제가 헌법이 요청하는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는지가 헌법적 쟁점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이 헌법적 과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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