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제1회 비례대표제포럼 - 한국정치개혁, 비례대표제 강화가 급선무다!]


비례대표제의 정치경제: 연합정치·사회적 협의 그리고 복지국가


선학태(전남대 교수)


I. 머리말 


  한국민주주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자유권과 참정권,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등 정치적 민주주의(87년 체제)를 신장시켜 오고 있다. 반면 한국민주주의는 1997년 IMF관리체제 이후 심화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97년 체제)가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제대로 처방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한마디로 87년 체제가 97년 체제의 충격을 제대로 관리·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민주주의의 패러독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포스트 87년·97년 체제’, 즉 ‘2013년 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절차적 민주주의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 누구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한국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은 시장경제의 낙오자·실패자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익과 가치(목소리)가 정치적 결정과정에 제대로 투입·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복지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까닭도 사실은 정치참여의 평등을 지향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도적 결손에 있다. 한마디로 정치참여의 불평등이 사회경제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87년 체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거대 양당구도/집권당 단독정부/대통령제 등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이 제도조합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권력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민주주의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무한경쟁·승자독식·정치적 양극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국식 민주주의이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설적 영웅 김대중도, 세상을 바꿔보자고 온몸으로 절규했던 노무현도, 한국 민주화 재단에 ‘눈물과 피’를 뿌렸던 ‘386 정치인’들도 87년 체제의 덫에 걸려 97년 체제의 횡포와 변덕을 완화하는 데 실패했다. 실업, 비정규직, 근로빈곤층, 부와 소득의 양극화 등 ‘눈물의 계곡’(valley of tears)이 깊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민주정부는 반노동적·반서민적·반중산층적인 정부로 규정되면서 ‘잃어버린 10년’ 구호가 한나라당의 재집권 프레임이 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는 단순히 두 전대통령의 리더십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87년 체제 속에서는 누가 대권을 장악해도, 아니 세종대왕이 부활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도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 사회저변층·소수인종의 사회경제적 시민권을 외면하는 ‘부자·강자 민주주의’로 변질, 미국분열국(Disunited States of America)을 만들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미국 사회가 ‘20 대 80’의 불평등 구조를 넘어 ‘1 대 99’라는 승자독식 사회로 가고 있다는 분노의 함성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월가를 강타한 것도 미국식 민주주의의 치명적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식 민주주의인 87년 체제의 적실성과 실효성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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