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2) 정치혐오를 거부하라


ㆍ상대를 향한 혐오 부추겨 표심 끄는 ‘정치 시장’…판을 깨라


l_2016010501000392400029304.jpg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00일 앞두고, ‘정치의 섬’인 여의도에는 공기 중에도 ‘선거의 욕망’이 떠돈다.


하지만 섬 밖 공기는 판이하다.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들이 늘어간다. 이대로라면 이번 총선 역시 민심의 계절이 아닌, 정치인의 계절에 그칠 거란 자조도 들린다.


정치와 민심의 다리가 끊긴 데는 ‘정치혐오’ 현상의 영향이 크다. 정치권에 대한 반복된 실망이 환멸과 무관심을 낳고, 이것이 다시 정치인들만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져 정치혐오를 굳히는 악순환이다.



■‘상수’가 된 정치혐오



“투표용지에 ‘국회의원 필요 없음’이라는 난을 두면 거기 찍는 사람이 제일 많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 수 없었다.”(원희룡 제주지사, 저서 서문)


“대학생들 일상을 그린 영화에서 국회의원을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괴물로 표현합니다.”(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1일 라디오)


1948년 제헌국회 이후 68년. 한국 정치인들은 조롱에 익숙해져 있다. “욕먹어도 정치가 중요하다”는 정치인 개개인의 호소와 참회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미 굳어진 정치혐오를 뒤엎기 위한 정치권 내부 동력은 사라진 모습이다.


그사이 국회의원들이 입에 올려선 안되는 ‘원천금지’ 의제들도 생겨났다. 대개 선거제도나 의회구성의 변화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지난해 선거제도 개편 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국회의원 정수(300명) 확대안은 여당 반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 “지금도 국회의원 줄이라는 판인데 어떻게 늘리느냐”는 게 강력한 근거였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편 관련 이슈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여론 무관심 속에 공론장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정치혐오 악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국가경쟁력평가에서 한국의 정치인 신뢰 지수는 140개국 중 94위에 그쳤다. 2007년 22위였던 데 비춰보면 ‘날개 없는 추락’ 수준이다.



■‘적의(敵意)’의 정치시장



정치인들은 정치혐오에 적응했다. 적응을 넘어 정치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불러들이는 모습도 발견된다. 정치는 거대한 ‘적의’의 시장이 됐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적의를 활용해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반복적 패턴이 생겨났다.


거대 양당이라는 확고한 ‘일대일’ 대결구도는 이를 뒷받침했다. 상대방에 대한 ‘강한 혐오’를 부추겨 ‘차선책’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선거전은 ‘도덕성 대결’에만 국한되는 일이 잦아졌다. 정책과 비전에 대한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일상이 됐다. 정치혐오의 최전선인 ‘도덕성’만 우위에 서면 된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대다수 무관심한 시민보다 기존의 ‘콘크리트 지지층’에 ‘구애’하는 것이 손 쉬운 승리를 보장받는 길이 됐다. 특히 재·보궐 선거에선 투표율이 20~30%에 그치는 탓에 이 같은 전략이 곧 ‘승리’를 보장했다. 전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다시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고, 제도 변화를 막는 조건으로 작동했다.


정치권은 등장인물을 외부 영입인사로 바꾸는 수준의 변화에 ‘정치쇄신’이라는 용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이 정치권 밖 인물을 기존 정치인보다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물’로 인식하면서 근본적 변화보다 손쉽고 효과적인 쇄신책이 된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각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른 것이 단적인 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혐오와 무관심은 곧 기득권인 ‘금수저’를 고착시키는 일”이라며 “한국으로 따지면 영남패권주의를 손쉽게 유지하고, ‘망한민국(망한 대한민국)을 그대로 두도록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언론 역시 이 같은 정치혐오 현상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꾼’ ‘전쟁’ 등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조성하는 어휘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치 이슈에 몰두해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작성자: 유정인 기자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042248035&code=910110&s_code=aj127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76 언론기획 우리는 아직 평등 선거가 아니다 (칼라밍, 2015.02.09) file 2016.04.22 541
75 언론기획 칼라밍 기획 [평등선거를 향하여] (칼라밍, 2015.10.20) file 2016.03.17 893
74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4) 진보도 보수도 ‘경제’…민주화냐, 성장이냐 ‘해법’ 심판대 (2016.02.03) file 2016.02.04 625
73 언론기획 칼라밍 기획기사 [Agenda2015] 독일식 비례대표제, 최종의석수 안 변하게 만들기 (2015.01.16) file 2016.02.01 715
72 언론기획 칼라밍 기획기사 [Agenda2015] 독일 선거제도 제대로 이해하기 (2015.01.16) file 2016.01.29 810
71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3) 시민참여 정치…정치벤처 ‘와글’ 이진순 대표 (2016.01.25) file 2016.01.26 888
70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3) 남부 유럽에 부는 시민참여 정치 (2016.01.25) file 2016.01.26 804
69 언론기획 [한겨레] 제도가 사상이다, 서해성 (2015.12.25) file 2016.01.18 610
68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2)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016.01.04) file 2016.01.14 555
»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2) 정치혐오를 거부하라 (2016.01.04) file 2016.01.14 527
66 언론기획 경향신문 신년기획 [참여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1) 배신과 혐오의 정치 (2016.01.03) file 2016.01.14 686
65 언론기획 [프레시안 기획연재 '정치제도, 이렇게 바꾸자'] <2> 황종섭, "득표율은 6.5%, 의석은 99석 차이, 이유는?" (2015.5.14) file 2015.05.14 1031
64 언론기획 [프레시안 기획연재 '정치제도, 이렇게 바꾸자'] <1> 조동진, "국회의원 수 확대, 새누리당은 왜 반대할까?" (2015.5.13) file 2015.05.14 1052
63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⑤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대가 없는 정치자금 없어…기부 대상 풀어주되 투명화해야'" (2015.3.11) file 2015.03.29 1089
62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④-4 "정의·노동당, 지구당 부활 찬성 ‘한목소리’" (2015.3.10) 2015.03.29 1084
61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④-3 "선진국들 ‘지역 분권형’ 지구당 형태 많아" (2015.3.10) 2015.03.29 957
60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④-2 "'돈 정치 우려' 여야·원내외 공감대" (2015.3.10) 2015.03.29 969
59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④-1 "정치권 '선거 신뢰 회복 위해 필요'" (2015.3.10) 2015.03.29 917
58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③-4 "'신인 정치 진입 더 어려워져' 불만 높아" (2015.3.9) 2015.03.29 879
57 언론기획 [서울신문 기획연재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 ③-3 "美 참여자 범위 당원·지지자·유권자 제각각" (2015.3.9) 2015.03.29 98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