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은 6.5%, 의석은 99석 차이, 이유는?  
영국 총선의 또 다른 의미 : 비례대표 늘려야 


영국 총선이 보수당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한국의 노동당과 이름이 같은 영국노동당은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참패를 면치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 박빙승부가 예상됐지만, 의석 수는 331:232로 거의 100석 가까이 차이가 났다.

실제 득표율의 격차는 의석수의 차이만큼 크지 않다. 보수당의 득표율은 36.9%로 노동당의 30.4%에 비해 6.5% 높을 뿐이다. 물론 초접전을 예측한 영국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영국여론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지만, 3% 정도의 지지율 격차를 예상한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의석비율의 차이를 접전이라고 봤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의석비율과 득표율의 차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36.9%의 득표를 받은 보수당의 의석비율은 50.92%로 이번 의회의 과반을 차지했다. 자유민주당(LD) 없이 단독 정부 수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30.4%를 득표한 노동당은 35.69%의 의석을 점유했다. 득표율의 차이는 6.5%에 불과했지만, 의석비율의 차이는 15%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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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015 영국 총선 득표율과 의석비율 


그나마 노동당은 덜 억울한 편이다.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한 영국독립당(UKIP)은 12.6%의 지지를 얻어 득표율로만 봤을 때 제3당이지만, 의석은 고작 한 석이다. 녹색당은 568개 선거구에서 출마하여 2곳을 제외한 모든 선거구에서 지지율이 올랐다. 3.8%의 득표를 얻었으나 의석은 한 석밖에 못 얻었다. 득표율대로라면 24석 이상을 얻어야 맞다. 이번 선거에서 49석을 잃은 자유민주당 역시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차이가 크다.

손해를 본 정당이 있으면 이득을 본 정당도 있다.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지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50석을 더해 단번에 3당으로 뛰어오른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4.7%의 득표율로 56석을 차지했다. 의석비율로는 8.62%에 이른다.

'유권자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한 가치'를 나타내는 '성과가치'(의석비율÷득표율)라는 개념이 있다. 성과가치가 1에 가까울수록 유권자의 의견이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과가치 차이가 0에 가까울수록 각각의 표가 가진 가치가 동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는 비례성, 후자는 등가성의 지표다. 영국 총선 결과를 성과가치로 나타내면 다음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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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2015 영국 선거 결과 성과가치 분석 


보수당을 찍은 1표는 1.38표의 가치로 평가되는 반면 영국독립당의 1표는 0.01표의 가치를 지닌다. 표의 비례성이 낮다는 얘기다. 성과가치의 차이는 1.82로 표의 등가성 역시 떨어진다. 투표한 정당에 따라 표의 값이 최대 18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과가치의 차이는 투표가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영국 하원은 650개의 소선거구에서 각 1인의 승자만을 가려내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선자를 지지한 표들만 살아남고 2등 이하의 후보를 지지한 표 모두 사표가 되는 제도다. 그러니 당선될 만한 후보나 당선될 만한 양대 정당으로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 사표심리는 단순다수대표제의 특징이다.

우리에게 영국 선거제도는 낯설지 않다. 한국의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제도와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영국과 같은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지역구 선거만 놓고 보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43.3%를 득표했다. 하지만 의석은 51.63%, 127석을 얻어 지역구 246석 중 과반을 차지했다.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37.9%를 득표했지만 43.09%의 의석을 얻었다. 영국과 같이 양대 정당은 의석에서 이득을 본 것이다.

한편 나머지 정당은 모두 손해를 봤다. 2.2%를 얻은 자유선진당은 의석비율 1.2%로 3석, 6%를 얻은 통합진보당은 2.8%로 7석을 가져갔다. 진보신당(현 노동당)은 0.5%를 득표해 득표율대로 배분하면 1.23석이 되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그림2] 참조).  

성과가치 측면에서 보면, 영국보다 양호하지만, 표의 비례성과 등가성이 보장된다고 하긴 어렵다. 특히 진보신당에 투표한 0.5% 국민들의 표는 성과가치가 0으로, 모두 사표가 되었다. 새누리당이 받은 표와 진보신당이 받은 표의 성과가치 차이는 1.19:0으로 매우 무한대로 불평등하다([표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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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012년 한국 19대 총선 지역구 득표율과 의석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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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19대 총선 결과 성과가치 분석 



한국의 헌법은 "평등선거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1인 1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한 가치는 동등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취지에서 2001년 헌법재판소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자와 별개로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할 수 없는 '1인1표제'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래서 2004년 총선부터 '1인2표제'가 도입되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일부 도입된 것이다.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다를 때 우리는 표의 비례성이 깨졌다고 한다. 그리고 표의 비례성을 잘 살리는 제도를 좋은 선거제도라고 한다. 표의 비례성 훼손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유권자의 의사가 선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의지와 선거결과를 일치시키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노동당은 사표 없는 선거와 '불로의석' 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전면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단번에 제도를 고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을 1:1로 맞출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제안한다.  

올 2월 중앙선관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와 비례의석 비율 2:1 조정'도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긴 하지만, 표의 비례성을 보장하기에 한참 모자라다. 그럼에도 불비례한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가 핵심임을 잘 지적하고 있다. 김상곤 혁신더하기연구소 이사장에 따르면, 중앙선관위 제안에 따라 19대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 하면 성과가치의 차이가 0.10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2009년 총선 결과의 성과가치 차이가 0.12를 초과한 것에 위헌 판결을 해, 선거제도를 재정비해 2013년 총선에서 이 차이를 0.009까지 낮췄다([표3] 참조, 성과가치가 1보다 높은 이유는 표의 등가성을 맞추기 위해 총 33석의 초과의석을 각 정당에 배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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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2013 독일 총선 결과 성과가치 분석 


사실 성과가치의 차이가 독일의 약 100배에 달하는 지금의 선거제도에 비하면, 중앙선관위의 선거제도 개정 의견은 국회 정개특위 논의의 출발점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표의 비례성과 등가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유권자의 표 하나하나가 의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사표가 없어야 사표심리도 없어진다. 그래야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사표에 대한 걱정 없이 투표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은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유권자들이 지지해준 몫만큼만 의석을 가지면 된다. 복잡한 얘기도 아니고,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비례대표제 확대만이 유권자와 정당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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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5월 7일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펼치고 있다.ⓒAP=연합뉴스


/ 황종섭 노동당 언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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